‘아이’ 류현경, 영채를 통해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 [인터뷰]

인터뷰 2021. 02.22(월)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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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전예슬 기자] 감정적으로 쉽지 않았을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해냈다. 배우 류현경이 영화 ‘아이’(감독 김현탁) 속 영채를 통해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섬세히 그려냈다.

지난 10일 개봉된 ‘아이’는 아동학과 졸업반의 보호종료아동 아영(김향기)이 생후 6개월 아이를 홀로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의 아이 혁이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뜻한 위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류현경은 영채를 통해 외로운 내면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한편, 아영과 함께하는 모습에선 누구라도 행복을 꿈꾸며 살아갈 수 있다는 위로를 전했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영채라는 인물을 어떻게 접근하고, 표현하려 했을까.

“대본 자체에서 영채의 말이나 상황의 묘사가 잘 돼 있었어요. 감독님께서 영화의 ‘결’과 마찬가지로 편견 없이 인물들을 바라봐주셨죠. 특정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싱글맘’이라서 ‘이럴 거야’라는 생각을 안 하셨어요. 본인이 느꼈던, 또 주변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영화에 투영해주셨죠. 겉으로 드러내거나 ‘나는 이래서 힘들어, 이런 상황에 살고 있어’라고 말하진 않지만 속 안에 담겨있는 불안, 스스로 막막한 기분들을 자연스럽게 투영해 영채가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과거부터 영채는 본인도 모를 정도로 많은 시간동안 상처와 괴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이 강한 캐릭터고, 인물이죠. 그래서 센 척 하고, 본인의 마음을 숨기려고 무수히 많은 노력을 한 게 아닌가 싶어요. 영채라는 인물의 첫 발을 디딜 때 막막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답이 없는 순간의 막막함이 영채가 혼자 아이를 키울 때가 아닌가 싶어요. 영채를 보며 육아를 하는 게 힘든 일이고, 생명체를 돌본다는 자체가 위대한 일이라는 생각과 마음이 느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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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준비가 안 된 채 어른이 되어버린 두 명이 아이를 통해 성장해가는 아이 같은 어른들의 이야기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일찍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용기와 격려를 전한다. “스스로 한층 성장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류현경은 영화를 통해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인물들이 다양한 일을 겪고, 내면의 아픔과 상처가 있지만 세상의 편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꿋꿋하게 잘 살아간다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영화적인 도구로 사용되거나 직업이나 사회적으로 편견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민하는 시선이 아닌, 바라봐준다는 내용 자체가 좋았죠. 그래서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께서도 촬영하는 순간에도 배우들의 연기를 디테일하게 봐주시고, 잘 캐치해주셨어요. 극중 영채처럼 응원 받는 느낌이 들었죠. 이 작품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갑자기 ‘나 혼자구나, 어떻게 살아가지?’라고 고민하는 시기가 있잖아요. 그 시기와 캐릭터가 맞닿아있다고 생각해요. 그 점이 끌렸죠. 마음속에 많은 아픔과 굴곡진 상황을 겪으면서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모습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안쓰럽고, 애처로워 보였어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인생은 원래 ‘고’다. 쓸 ‘고(苦)’. 빌어먹을 ‘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사다. 이처럼 모든 상황과 일이 미숙한 영채는 미숙한 아영을 만나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과정을 담으며 서로를 다독인다.

“영채는 내면이 많이 비어있는, 내면의 상실을 겪은 친구에요. 아영은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지만 내면이 단단하고, 단단하게 살아가려 하죠. 상실과 반대되는 개념이에요. 그런 의미로 둘이 더 가까워진 게 아닌가 싶어요. 편집 전에는 영채가 이 상황에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보여줘요. 하지만 흐름에 맞춰 영채의 상실된 내면이 담긴 것 같아요. 아이 같은 성숙되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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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인 영채와 보호종료아동 아영 등 사회적 약자를 다룬 이 영화는 이들의 자립과 연대를 그린다. 또 영화에 등장하는 주조연 대부분이 여성이라 눈길을 끈다. 류현경 역시 이 점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색적이었어요. 또 다른 가족의 형태를 그렸다는 점이 ‘시대가 바뀌었구나’라는 걸 느꼈죠. 연기를 할 수 있어 감사하고, 기뻤어요. 여성 중심의 영화들이 과거에 많지 않았잖아요. 슬퍼하거나, 힘들어하는 게 아닌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기대하고 있었죠.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천편일률적인 이야기가 아닌, 공감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겠다’면서 희망적으로 생각했죠.”

‘이렇게 크면 뭐 어때서?’. 영화가 던지는 뚜렷한 메시지다. 다그치지 않고, ‘괜찮아’라며 상처를 쓰다듬는다. 두 사람을 통해 그려지는 이야기는 따스한 온기를 전하고 나아가 ‘치유’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영화만이 가지는 특별한 힘이자 에너지는 바로 이 점이 아닐까.

“감독님의 편견하지 않는 시선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시는 시선이 좋았어요. 많은 분들이 봤을 때 느끼셨으면 해요. 혼자라는 마음이 아닌, 우리 함께 같이 하는 구나, 혼자가 아니구나를 다시 한 번 느꼈으면 하죠. 이 영화를 보면 혼자가 아니고, 무수히 많은 사람과 연결돼 있구나를 알게 되잖아요. 영채도 살아가면서 아영 같은 귀인을 만나고요. (웃음) 앞으로 살아가면서 아영 같은 귀인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안고 살아가셨으면 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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