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정의 ‘69세’, 韓사회가 주목하지 않은 최약층 '노년 여성의 존엄성'

영화 2020. 08.11(화) 17:26
  • 페이스북
  • 네이버
  • 트위터
시크뉴스 포토
[더셀럽 김지영 기자] “고소인이 젊은 여자였다면 그 사람이 구속됐을까요”

한국사회가 미처 바라보지 못한 부분을 영화 ‘69세’가 건드린다. 영화는 사회적 가장 약층인 노년 여성의 성폭행을 민감하게 다루면서도 불쾌하지 않게,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11일 오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는 영화 ‘69세’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예수정, 기주봉, 김준경, 임선애 감독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69세'는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69세 효정이 부당함을 참지 않고 햇빛으로 걸어나가 참으로 살아가는 결심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장편 영화 연출을 맡은 임선애 감독은 “우연히 웹검색을 하다가 노인여성의 성폭행을 다룬 칼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거기서 인상 깊게 봤던 문장이 노인을 우선으로 보는 시선이 오히려 성폭력의 가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약점을 악용한다는 것이 악하다고 생각을 했다”며 “그걸 담아뒀었다”고 연출의 계기를 밝혔다.

이어 “여성 노인이 주인공인 영화가 많지가 않다. 도전 혹은 누군가는 해야 했고 중년, 노년의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도전의식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제목이 69세인 이유에 “시나리오를 쓸 때는 정확하게 쓰는 편인데 효정의 나잇대를 고민할 때 저의 선입견으로부터 시작하게 됐다. 중년과 노년의 경계를 담고 싶었다. 그게 70세는 아닌 것 같고 그게 69세였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효정은 동거하고 있는 동인(기주봉)을 통해서 가해자를 고소하겠다는 용기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다. 사랑을 뛰어넘은 둘만의 관계를 설정한 것에 임선애 감독은 “예수정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디테일이 달라진 것 같다”며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예수정 선생님께서 시나리오를 받아보시고 나서 60대로서의 받은 느낌을 말해주셨다. 선생님이 두 사람의 관계가 기존의 남녀관계 궤도에서 벗어난 나름의 독립적이기도 하고, 그동안 69세만큼 살아온 시간이 있다면 많이 다를 것이 아니냐. 그런 사람들이 공간을 셰어하고 각자의 생활을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반영해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수정은 “작품 속에 동인과 효정이 굉장히 중요한 관계라고 생각했던 게 아마 효정에게 동인은 ‘남자사람친구’였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효정에게 동인이 없었다면 마지막에 한 발짝 나가는 용기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인은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라며 “제가 상상을 해봐도 혼자서 용기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용기를 내게끔 해주는 가까운 한 명 혹은 두 명이 있다고 믿는다. 그런 인물로서 동인과 효정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봤다”고 했다.

이와 함께 기주봉은 “촬영장에서 예수정 씨의 태도가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얘기할 때라던가. 남자로서 못 보는 세계를 틀림없이 옹골차게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느껴졌다”고 했다.

예수정은 또한 “늘 기주봉 선생님이 계시면 든든했다. 제가 안 가진 따듯함을 갖고 계셔서. 따듯함이 기억이 난다”고 덧붙여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극에서 효정에게 가해를 하고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이중호로 분한 김중기는 “시나리오를 보고 이런 천인공노할 놈을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전체가 주는 이야기가 저를 희생해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어 출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중호를 이해를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사실 이해가 잘 안 되더라”며 “그러다가 인터뷰를 봤었는데 중범죄자들은 죄의식이 없다고 하더라. 이 사람은 아마 이 일을 벌일 때 진짜 좋아해서, 자기가 하는 짓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합리화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억울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영화는 잠시 사건을 피했던 효정이 용기를 가지고 햇볕으로 나아가 세상에 자신이 처한 일들을 알리는 효정으로 막을 내린다. 이러한 열린 결말을 택한 이유에 “효정의 삶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열린결말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임선애 감독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효정을 끌어주는 조력자가 있으면 어떻겠냐’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저는 애초에 준비할 때부터 ‘노인 세대를 배려해주세요’ ‘봐주세요’하는 것보다는 두 분 자체도 스스로의 존엄을 깨닫고 결국은 두 사람이 서로의 영향을 받아서 영화를 봐주시길 바랐다. 열린 결말이 저에겐 그렇게 끝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임선애 감독은 ”영화를 준비할 때는 이런 주제, 로그라인, 의도가 분명히 있는 신들을 배치하기는 하지만 결국 영화 개봉 후에는 제 몫이 아닌 것 같다. 제가 생각한 대로 읽어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시놉이나 예고편만으로 판단하지 마시고 한 번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예수정은 “오셔서 제작진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적절히 각자 관계의 몫으로 찾아가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으며 기주봉은 “사회적인 현상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성뿐만 아니라 모든 남녀노소를 인간으로 존중할 수 있는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준경은 “그렇게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저희 어머니를 예전보다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제가 체험할 수 없는 세대 입장에 들어가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69세’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김혜진 기자]
기사제보 news@ch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