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정재, 놀랍고 또 놀랍다 [인터뷰]

인터뷰 2020. 08.07(금)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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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전예슬 기자] ‘찰떡’ 소화력이다. ‘다크 섹시’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의 수양대군을 뛰어넘는 ‘인생 캐릭터’를 만난 이정재다.

지난 5일 개봉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추격액션 영화다.

이정재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 역을 맡아 제 옷을 입은 듯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108분의 러닝타임을 압도한다. 의상부터 스타일까지 모든 부분을 치열하게 분석한 그는 레이 그 자체로 탄생한 것. 한국영화에서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독보적인 암살자를 완성해냈다.

“이정재의 욕심이에요. 하하.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면도 보여드렸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이 있었죠. ‘섹시’를 보여드려야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레이는 영화에서 꽤 중요한 인물이고 내용상에서도 중요한 파트를 해내야만 하는 캐릭터라 맹목적으로 쫓아가기만 하면 ‘중반 이후에는 지루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캐릭터를 다른 방향을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 자체에서 레이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부분이 많진 않았어요. 오로지 저의 연기나 혹은 레이의 비주얼에서만 표현할 수밖에 없었죠. 그 안에서 뭔가를 찾아내려고 했어요.”

레이는 한 번 정한 타깃은 놓치지 않는 한 마디로 ‘무자비한 추격자’다. 자신의 형제가 인남에게 암살당한 것을 알게 되고 그를 향한 복수를 계획하는데 그의 흔적을 따라 태국까지 쫓아간다. 오로지 ‘복수’만을 생각하는 인물이기에 레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 캐릭터를 잘 연기하려면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이 있어야 해요. 초반엔 감독님에게 ‘레이를 조금 더 표현했으면 좋겠다’라는 요구를 많이 드렸어요. 대사도 더 만들던지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용이하게끔 수정을 요구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이 깨졌어요. ‘오히려 설명을 안 하고 관객들이 상상으로 이해하시면 좋겠다’란 생각으로 바뀌게 됐죠. 왜 저렇게까지 맹목적으로 쫓아가야하는가를 대사나 어떤 상황에서 설명하는 게 아니라 레이를 보는 순간, ‘쟤는 왠지 저럴 거 같아’라는 이유가 그 모습에서 다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죠. 그러려고 하다 보니 처음 레이를 봤을 때 룩이나 표정에서 표현이 확 되길 원했어요. 느낌적으로 설명을 해보자라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방식이었죠. 레이가 장례식장에 등장하는 첫 장면은 저에게 중요했던 장면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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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는 색감에서부터 인남과 정반대의 콘셉트로 구현됐다. 인남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어두운 색깔을 입었다면 레이는 화이트를 기반으로 한 눈에 띄는 스타일을 구현했다. 레이는 화려한 패턴의 의상을 입고, 전신을 두르는 타투 등 강렬한 비주얼로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러한 스타일을 완성시키기 위해 이정재는 USB에 자료를 담아 PT(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다고.

“레이의 룩은 아마 상상했던 분이 없었을 거예요. 첫 미팅 후 개인 스타일리스트와 상의를 해 레이의 룩을 잡았어요. USB에 룩을 담아 PT도 했죠. 레이의 첫 룩을 보시곤 조금 당황해하시더라고요. 하하. 영화 쪽에서는 더 다크하고 궁중 안에 있으면 식별되지 않는 그런 캐릭터를 생각하셨을 거예요. 처음 잡아갔던 스타일이 빨간, 핑크 색상의 헤어스타일과 흰 부츠에 주황색 반바지 등이었어요. 많이 놀라셨을 거예요. 레이는 제가 했던 역할 중 가장 독특한 캐릭터예요. 어디까지 밀어붙여야하는가, 조금 과하지 않나, 최대한 과하게 할 수 있는 정도는 어디인가를 테스트 해봤죠. 거기서부터 조금씩 밑으로 내려왔어요. 영화팀이 당황스러워했던 이유도 제일 센 이미지부터 가지고 나와서죠. 화려한 프린트, 호피, 지브라 무늬의 남방에 흰 바지를 입고 촬영장에 간 적도 있어요. ‘분명 과할 거야’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어울리네?’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이런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았나싶어요.”

이정재는 지난 2013년 개봉된 영화 ‘신세계’(감독 박훈정)에서 ‘브라더’로 호흡을 맞췄던 황정민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7년 만에 재회했다. 46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신세계 신드롬’을 일으켰던 두 사람이기에 두 사람의 재회 소식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신세계’ 때 정민이 형과 즐겁게 촬영했어요. 민식이 형과도 항상 같이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사실 배우가 두, 세 번 같은 작품을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에요. 7년 만에 정민이 형과 하게 돼서 즐거웠죠. ‘신세계’ 때와는 상당히 차이점이 있는 캐릭터예요. 역할이 바뀐 느낌도 들고요. ‘신세계’의 흥행을 의식 안 할 수는 없어요. 캐릭터 자체의 색깔이 달라 의식을 안 해도 되지만. 그래도 혹시나 비슷한 표현을 다시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까 싶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체크는 항상 끊임없이 했죠.”

황정민 뿐만 박정민과도 두 번째 재회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이번 영화에 함께 출연하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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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은 천재가 아닌가 싶어요. 본인도 그걸 아는 것 같아요. 하하. 그것마저도 안 들키려고 현장에서는 아주 조용히 있어요. 성격이 워낙 겸손하고 언제 왔다 간 지 모를 정도로 조용한 스타일이죠. 하지만 연기하는 걸 보면 ‘어떻게 저기까지 생각해서 들어갔을까?’ 싶을 만큼 굉장히 섬세해요. ‘노력파’라는 게 현장에서도 보이더라고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제작 출발점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액션 영화’다. 치밀하고 밀도 있는 액션 장면들의 배치와 배우들 간의 합이 들어맞는 액션 장면은 타격감과 동시에 통쾌한 쾌감을 끌어올린다. 배우들은 실제로 모든 액션을 소화했다고 한다.

“처음엔 몸이 잘 안 움직이더라고요. 마음처럼 스케일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어요. 그래서 첫날 훈련은 스텝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부터 연습했죠. 발이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상체가 자유롭게 움직였어요. 액션 과정에서 어깨 인대가 파열되기도 했어요. 현재 ‘오징어게임’ 작품을 촬영 중이라 촬영이 끝난 후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죠.”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 이후 1994년 영화 ‘젊은 남자’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정재는 올해로 경력 27년의 베테랑 배우다. 그동안 숱한 작품에 출연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관상’ ‘신과함께’ 시리즈 등 등장 장면만으로도 회자되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와 대중들과 만난 그는 배우로서 느끼는 숙명은 무엇일까.

“한계를 자꾸 느끼는 것 같아요. 오래 하다보니까 제 안에 있던 것들은 다 꺼내 쓴 것 같죠. 상상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다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좋은 출연제안을 받으면 다른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그런데 옷도 평상시 즐겨 입는 스타일이란 게 있잖아요. 누군가 저와 정말 맞지 않는 옷을 선물한다면 ‘잘 안 맞다’란 느낌을 받죠. 이 일을 오래하다 보니까 앞으로 들어오는 일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예전에 했던 것들을 다시 써먹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요. 뭔가를 새롭게 하고 싶은 욕구는 굉장히 커요. 이정재라는 사람을 너무 많이 보여드렸기 때문에 거기서 다른 것을 보여드린다는 게 솔직히 부담스럽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이정재를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는 제 연기를 관객들이 봐주시는 거예요. 관객들이 보셨을 때 충분한 흥미와 재미를 느껴야하는 건 저의 또 다른 면을 보여드려야하는 거죠. 매번 똑같은 연기, 캐릭터를 하다보면 흥미와 재미도 면에서 떨어지니까 그게 가장 커요. 두 번째는 연기자 생활을 하다보면 다른 것을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어요. 이 두 가지가 저의 원동력이죠.”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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