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니버스’ 구축한 연상호 감독, ‘반도’를 넘어서 확장될 세계 [인터뷰]

인터뷰 2020. 08.05(수)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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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김지영 기자] 국내 좀비영화 천만 영화를 만들어냈던 연상호 감독이 또 다시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부산행’의 속편 ‘반도’는 코로나19 사태로 끊겼던 관객의 발길을 붙잡았고, 전 세계에 두 번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반도’는 단순히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키게 만든 ’부산행‘의 속편이어서가 아니라, 기대 이상의 또 다른 재미와 볼거리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발함과 창의성, 독창성으로 똘똘 뭉친 연상호 감독의 아이디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 ‘서울역’ 등으로 두각을 드러낸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을 통해 그간 자신의 작품에서 그려왔던 창의성을 영상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특히 좀비 소재가 이전의 국내 관객에게는 비주류였으나 이 작품을 통해 주류로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전 세계에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떨쳤다. 연이어 초능력을 소재로 한 ‘염력’, 토속신앙과 오컬트 등의 소재를 한 데 묶은 드라마 ‘방법’ 또한 그의 창의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신선함으로 연상호 만의 영역을 확실하게 다졌다.

이에 ‘반도’는 더욱 특별하다. ‘부산행’의 속편이라고 함에도 그 틀에 갇히지 않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재를 섞어 극의 전개 방향을 확장했다. 알 수 없는 좀비 바이러스로 하루 만에 초토화된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반도’는 ‘부산행’과 같은 세계관을 유지하기만 할 뿐, 그 밖의 공통점은 찾을 수 없다. 보통의 경우 속편이라고 한다면 전편과 같은 캐릭터의 등장, 비슷한 시대배경, 시리즈를 이어주는 매개체 등이 존재하는 것과 비교해본다면 ‘반도’는 ‘부산행’과 분명히 다른 색채를 띠고 있다. 거기에 다양한 인간군상,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보이는 다른 양상을 캐릭터에 녹여냈고 다양한 상영관에서 더욱 실감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포맷으로 신선한 재미를 추구했다.

신선한 것들이 한 데 묶인 ‘반도’의 시작은 아포칼립스였다. 연상호 감독은 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에서 시작해 평소 좋아하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재를 극에 담기로 결심했다. ‘부산행’이 KTX 안을 소재로 하듯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라 한발짝 더 나아간 아이디어였다.

“사실 아포칼립스가 된 반도에 외부에서 들어온다는 콘셉트는 사실 ‘부산행’을 할 때부터 생각을 하긴 했었다. 본격적으로 ‘반도’가 기획이 되면서 여러 생각을 했고, 카체이싱을 하는 아이가 덤프트럭 같은 것을 몰고 가면서 좀비를 쓸고 가는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시작했다. ‘부산행의 4년 뒤’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 이후의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해 ‘부산행’과는 별개의 영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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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에선 좀비의 빠른 움직임만으로 관객에게 공포감을 선사했다. 이전의 좀비 영화에서는 외형과 느린 행동이 공포로 작용했던 반면, 빠르게 비감염자를 쫓아가는 행동들로 공포를 넘어서 스릴러까지 더해졌다. 더불어 사지를 비트는 아크로바틱한 액션도 이목을 끄는 대상이었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에서 보여준 좀비의 특성을 그대로 받아오면서 다양한 좀비를 보여주고자 했다.

“좀비는 영화에 중요한 소재기 때문에 오프닝 신에서는 ‘부산행’의 좀비 특성을 그대로 가져가려 했다. 그 이후엔 좀비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중요해서 늘러 붙은 좀비, 불로 지진 좀비, 네 발로 뛰는 좀비를 넣었다. 지하철 계단에 갇혀있는 좀비가 쏟아지는 장면은 ‘부산행’처럼 수직으로 떨어지는 좀비를 보여주고 싶었다. 공간 활용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 고민을 하다가 극 중에선 ‘부산행’ 후 4년이라는 설정이니까 좀비의 특성을 캐릭터가 잘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설정을 잘 활용하도록 했다.”

극 중 캐릭터들은 조금 더 발전된 좀비와 싸우지 않고 오히려 좀비를 싸움의 도구로 활용한다. 인간이지만 인간의 탈을 쓴 것 같은 631부대원들이 일반 시민들을 희생시키며 자신의 장난감으로 쓰는 모습, 민정(이정현), 정석(강동원)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도 좀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631부대가 변종된 좀비라고 생각해 좀비와 비슷한 특성을 주려고 했다. 자극을 좋아하고, 희망이 없고, 자극에 의해 움직이는 게 좀비와 다를 바 없지 않나. 황 중사와 같은 캐릭터는 자기가 출동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출동해서 극단적인 상황을 즐긴다. 무슨 일이 제대로 일어나는지도 모르면서 쫓아가고 중간에 웃음을 짓는 게 황중사에겐 최근 몇 날 중에 그날이 제일 재밌는 날이었겠다 싶었다. 자극을 향해 우르르 가는 게 좀비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사실 촬영할 때도 좀비나 631부대나 구분이 안 가더라.(웃음)”

수도권을 배경으로 하는 ‘반도’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눈에 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쇼핑몰, 거주단지 근방의 작은 다리, 강남대로 등이 얼핏 지나간다. 서울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건물대신 비교적 평범한 건물과 장소들이 등장하는 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런 종류의 영화 주인공은 엄청난 대의를 갖고 있을 법한데, 저는 대의를 갖고 있는 인물 혹은 완전한 악인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시시한 욕망을 가진 인물이 극에서 주인공이었다고 생각했고 시그니처인 장소를 활용하기 보다는 사이드로 가는 게 옳다고 판단했고 오히려 그런 장소들은 배제했다. 극 중 인물들이 유일한 생존자가 아니고 반도라고 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작은 에피소드라는 느낌이 더 제 성향과 맞아 주요 공간을 쇼핑몰로 설정했다.”

‘부산행’에서 감염된 좀비가 비감염자인 인간을 끝까지 쫓아오고 이를 피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러닝타임 내 그려졌지만, 관객들은 인간의 이기심에 주목했다. 네이버 영화 평점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자아낸 평이 ‘좀비가 무서운 게 아니라 사람이 무섭다는 걸 알려주는 영화’라는 댓글도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영화적 메시지에 힘을 싣는다. 다가오는 좀비로 인해 와해되는 협동심, 자신만 살겠다는 개인주의적 성향 등이 영화 여러 부분에 녹아있기 때문. ‘반도’에서도 631 부대의 모습, 이들과 대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민정, 정석의 모습으로도 ‘반도’가 말하고자 함은 ‘부산행’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히지만, 연상호 감독은 “탈출에 초점을 뒀다”고 했다.

“‘반도’는 보편적인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영화기 때문에 영화의 메시지도 보편적인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영화를 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모가 나는 메시지가 드러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뻔 할 수도 있고, 그 안에 희생당하는 메시지 같은 게 있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좋은 대중영화는 언제 봐도 메시지 면에서 큰 무리가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그런 작품이 오래 간다고 본다. ‘사람이 더 무섭다’를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당연하게 이 영화의 주제는 사실 명확하게 대사로 나온다. 제가 표어처럼 강조했지 않나. (웃음) 그저 탈출에 초점을 뒀고 어디에서 탈출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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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데뷔한 연상호 감독은 상업영화 연출에 이어 드라마 작가, 웹툰 작가로 참여한 ‘지옥’ 등 활동 영역을 계속해서 넓히고 있는 중이다. 더군다나 드라마 ‘방법’은 영화로 영역을 옮겨 더 포괄적인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이는 플랫폼이 다변화 추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며 연상호 감독은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영화 ‘방법’이 곧 촬영에 들어가서 내년에 나올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를 섞어서 이어지는 스토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했지 않나. 첫 번째 고민의 결과가 ‘반도’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영화의 비하인드 장면을 유튜브로 푼 다음 이걸 주제로 영화로 새로 각색할 수 있고. 방법이 많아졌다. 예전처럼 하나의 패키지를 완성해 모든 게 다 들어가야 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이것저것 다 즐기는 시대가 온 것. 개인적으로는 플랫폼 다변화가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극장만을 위해서 한다고 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졌을 것 같다. 그게 ‘방법’이다. 영화로 제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드라마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고 과감하게 행동했던 게 그 이유다. 만약 ‘방법’이 처음부터 영화로 했다면 잘 안 됐을 수도 있다.”

연상호 감독은 드라마, 영화, OTT 시리즈, 웹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선보이는 작품들 마다 매번 새로움을 선사하면서 자신만의 세계관, ‘연니버스’를 구축했다. 그의 ‘연니버스’는 계속해서 확장될 예정이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9월부터 촬영이 진행되며 영화판 ‘방법: 재차의’에서는 강시의 원형을 갖고 있는 요괴가 등장할 예정이다. 전에 없던 기발함으로 세상을 놀래게 만든 연상호 감독의 다음이 더욱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콘텐츠를 즐겼다면 지금은 기획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했을 지를 생각하며 본다. 그런 시각들이 필요한 시대니까. 창작이 자유로운 시대고 많은 작품이 나왔다. 지금도 플랫폼이 범람하고 있고 또 진화하고 있다. 플랫폼의 혁신성이 빠른 시대다보니까 그것을 잘 읽어서 혁신성에 맞는 작품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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