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VIEW] 루갈→SF8, 더 과감해진 韓 SF 드라마…성공할 수 있을까

방송 2020. 03.31(화)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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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박수정 기자] SF(공상과학) 장르가 대중문화 주류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한국 문학, 영화계는 물론 TV 드라마에도 SF 장르가 훅 들어왔다. 스케일은 더 커졌고, 시도는 더 과감해졌다.

초반 드라마 시장에서 SF 요소는 '복제인간' 혹은 'AI(인공지능) 로봇' 소재에 한정돼 있었다. 복제인간에 대한 화두를 던진 tvN '써클: 이어진 두 세계'(2017), OCN '듀얼'과 인공지능 로봇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MBC '보그맘'(2017), KBS2 '로봇이 아니야'(2018), MBC '너도 인간이니?', SBS '절대그이' (2019)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드라마의 소재는 더욱 다양해졌다. 국내 최초로 증강현실(AR) 게임을 다룬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9)은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한국형 SF 액션 스릴러물의 좋은 예를 남겼다는 평을 받았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 SF 추적극 tvN '시그널'(2016), OCN '터널' (2017), OCN '라이프 온 마스'(2018) 등도 신선한 소재와 접근으로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개발자이자 벤처기업 대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tvN '반의반'과 바이오 생명공학 기술로 특별한 능력을 얻은 인간 병기들이 모인 특수조직의 이야기를 담은 OCN '루갈'이 베일을 벗었다.

SBS는 올해 SF 휴먼드라마 '앨리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죽음으로 인해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 남녀가 시간과 차원의 한계를 넘어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더 나아가 MBC 같은 경우에는 새 프로젝트를 통해 'SF'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어 눈길을 끌었다. 오는 8월 공개 예정인 'SF8' 시리즈다. 이 작품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기술 발전을 통해 완전한 사회를 꿈꾸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처럼 미지의 영역에 가까웠던 SF 장르가 한국 드라마에 스며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인터넷 동영상서비스) 서비스의 등장과 플랫폼 확장에 따른 제작 환경 변화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해외 진출 기회가 더 많아졌고, 제작비 충당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주어졌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한국 드라마 제작사와 OTT 서비스 업체와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SF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제작비 충당 및 글로벌 시청자 층의 확보 등을 위해 OTT와 협업을 맺는 추세다. 또한 OTT 서비스로 인해 해외에서 이미 한국 드라마, 특히 K-장르물에 신뢰성이 많이 쌓인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과감한 시도가 더욱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드라마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점도 주목해야할 변화다. 거물급 영화 감독은 물론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이하 NEW) 등 대형 영화 배급사들의 드라마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영화, 드라마의 장벽이 사라졌다.

OCN에서 선보이는 영화 같은 드라마를 표방한 '드라마틱 시네마(Dramatic Cinema)' 프로젝트도 이 같은 흐름의 한 예다. '백야행'을 연출한 박신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던 '트랩'(2019)부터 이창희 감독의 '타인은 지옥이다'(2019) 그리고 올해 방송을 앞둔 강효진 감독의 드라마 진출작 '번외수사'와 임대웅 감독의 '써치'가 그것. 최근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진수를 보여주며 인기리에 종영한 tvN '방법'(2019) 역시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집필하고, 김용완 감독이 합작한 작품이다.

NEW는 2016년 자회사 '스튜디오앤뉴'를 설립하며 KBS2 '태양의 후예'(2016), JTBC '미스함무라비'(2018), '뷰티인사이드'(2018) '보좌관'(2019) 등을 제작했으며, 올해 '우아한 친구들' '오 마이 베이비' '지연된 정의' 등 15편 이상의 드라마를 기획·개발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인들이 TV로 무대를 옮기면서 고퀄리티의 '영화 같은 드라마'를 안방극장에서도 시청할 수 있게 됐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국내 SF 드라마들이 더욱 다양해지고 스케일이 커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허물어짐으로써 SF 장르도 TV 드라마에서 제작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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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러지(anthology) 시리즈를 표방한 'SF8'은 그런 의미에서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다. AI, AR, VR, 로봇, 게임, 판타지, 호러, 데이터, 초능력, 재난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는 점과 한국영화감독조합 소속 8인의 영화 감독이 함께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의석, 노덕, 민규동, 안국진, 오기환, 이윤정, 장철수, 한가람 감독까지 8인의 영화 감독이 연출을 맡아 러닝타임 각 40분인 총 8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여기에 원작이 되는 작품 또한 한국 SF소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 작품은 '오리지널'과 '감독판' 2가지 버전으로 제작돼 MBC와 OTT 서비스 플랫폼 웨이브(wavve)를 통해 각각 온에어 된다. 방송과 OTT 플랫폼을 넘나드는 서비스 다각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해야하는 작품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SF물을 TV 드라마에서 제작하기에는 제작비나 기술 측면, 연출적인 방식에도 한계가 있었다. 영화 인력들이 대거 드라마 시장에 진출하면서 제작이 가능해진 부분도 크다. 또한 TV 드라마를 넘어 다른 플랫폼을 통해 이 같은 한계를 타파할 수 있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그간 SF 장르는 마니아 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아직까지 시청자들에게 SF는 낯설고 어려운 장르이기 때문에, 다수의 한국형 SF 드라마들이 시청률 참패를 맛봤다. 3회만에 1%대 시청률로 추락한 '반의반' 경우에는 인공지능(AI)라는 SF 소재가 오히려 독이 됐다. 장르혼합의 실패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인공지능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그리 호의적인 대상은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의 존재다.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고 트렌디한 SF적인 소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런 현실적인 고민들도 고려해야하는 요소다. 시청자들이 과연 그런 소재와 이야기들을 원할까 고민해야한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SF를 표방한 다수의 작품들이 한국의 특성에 맞게 재창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시청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 드라마 시장에서는 시청률만으로는 '흥행'의 여부를 판가름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해외 시장에서 K-드라마에 관심이 높고, 국내에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더라도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다면 그 판권 수익이 어마어마하기 때문. 김헌식 평론가는 "목표를 어떻게 삼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지상파에서 SF 드라마를 적용한다면 정통 SF 드라마에 가까울수록 오히려 시청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흥미나 극적인 포인트들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tvN, OCN 같은 케이블TV같은 경우에는 지상파보다는 시청률에 자유로울 수 있다. 목표하는 바가 해외 판권 판매 등 해외 진출이라면 목표에 호응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과연 SF 장르가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국형 좀비물(K-좀비)'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리즈는 한국형 SF물의 성공 가능성의 희망을 보여준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김현식 평론가는 "오로지 SF만 가지고 승부를 거는 건 적당하지 않다. 다양한 장르의 혼합할 필요성이 있다. '킹덤' 시리즈 같은 경우에도 기존의 좀비물과 확실히 다르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복, 갓 등 한국만의 문화코드와 독특성을 잘 보여줬다. 그런 차별점이 해외에서도 통한 것"이라며 "한국형 SF 드라마 역시 기존의 형식에서 탈피해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너무 SF에 집착하거나 함몰되지 말아야 한다"고 앞으로 한국형 SF물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vN, OCN, MBC, KBS, DG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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