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LOOK] ‘하이에나’ 김혜수 ‘차브-변호사 버전’, 반기로서 코믹 영웅물

트렌드 2020. 03.27(금)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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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하이에나’ 정금자(김혜수)
SBS ‘하이에나’ 정금자(김혜수)
[더셀럽 한숙인 기자] SBS 금토 드라마가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판타지적 설정의 영웅 캐릭터를 쏟아내며 승상장구하고 있다.

‘열혈사제’(2019년)가 싸움꾼 신부 김해일로 최고 시청률 22%를, ‘스토브리그’(2019년)는 최고의 전략가 백승수를 앞세워 19.1%로 20%에 근접했다. 언뜻 현실에 있을 법한 설정인 듯 보이지만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갖추고 정의감까지 장착한 이들은 사실 만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지극히 비현실적인 설정이다.

이처럼 판타지 영웅 캐릭터 설정을 ‘하이에나’가 이어받았다. ‘하이에나’의 정금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불법도 불사하지만 실상 그가 다루는 사건들은 피해자건 피의자건 유전무죄 무전유죄 식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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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각자 확실한 자신들만의 패션 코드로 판타지 영웅 캐릭터를 완성한다.

김해일(김남길)은 사제복 수탄으로 이와 상극인 싸움꾼 기질을 더욱 극적으로 부각하고, 백승수(남궁민)는 근육질 야구선수와 대비되는 왜소한 몸을 감추지 않는 빈틈없이 몸에 꼭 맞는 클래식 슈트를 고수해 야구 이방인의 활약상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

정금자는 스테레오 타입 법조인 패션에서 벗어나 하위문화의 하나인 차브(chav)를 차용해 속물적이면서 친근한 이미지로 코믹 영웅물의 시각적 요건을 충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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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KBS2 ‘직장의 신’(2013년)에서 몸에 꼭 맞는 유니폼 같은 팬츠 슈트를 입은 만능 샐러리맨으로 코믹 영웅물에 최적화된 미스김을 만들어냈다. 그의 두 번째 코믹 영웅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하이에나’의 정금자는 기존 권력체계를 거부하고 하위계층으로 자신들을 끌어내린 차브족의 껄렁껄렁한 스타일을 법조인 패션으로 재해석했다.

정금자는 개인 법률사무소인 충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오너 변호사일 때는 ‘VVIP 돈줄 고객님 고충해결사’로 온갖 지저분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뒷골목 변호사로 불리던 당시 그는 차브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컬러풀한 트랙슈트에 명품 패딩코트 혹은 테일러드 재킷이나 울 코트 등을 걸쳐 정금자 캐릭터를 완성했다.

일상적인 데일리룩 아이템인 집업 트랙점퍼에 금목걸이와 유행이 지난 커다란 사각 오버사이즈 명품 선글라스까지 투머치로 꽉 채웠다. 이뿐 아니라 트랙슈트에 두툼한 명품 패딩점퍼를 입고 커다란 명품백을 메는 등 패기 넘치는 차브 패션은 드라마 제목 ‘하이에나’와 당당하게 하이에나임을 자인하는 캐릭터로서 변호사 정금자를 완벽하게 시각화하는 도구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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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정금자가 국내 최고의 법률사무소인 법무법인 송&김의 지분 파트너 변호사로 영입되면서 포멀 버전으로 차브의 활용 폭을 넓혔다. 정금자는 달라진 배경에 걸맞게 트랙슈트가 아닌 포멀룩을 갖추되 화려한 컬러와 금 장신구를 이용해 하위문화로서 차브의 정신을 이어갔다.

레드 계열은 정금자의 트레이드마크 컬러로, 적갈색 재킷에 오렌지 레드 실크 셔츠 등 채도 명도가 다른 다양한 계열의 레드를 조합한다. 여기에 골드바를 연상하게 하는 커다란 팬던트 목걸이를 부적처럼 늘 착용하고 여러 개의 금반지를 레이어드해 거대 권력집단 법무법인의 일원이 됐지만 뼈 속 깊이 박힌 뒷골목 변호사라는 정체성을 유지한다.

‘하이에나’ 정금자는 현업 변호사들마저 거부감을 드러내는 ‘여자 변호사 패션’ ‘여자 검사 패션’의 전형을 깼다. 무엇보다 검사, 변호사, 판사 등 법조인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상위문화로서 권위의식에 반하는 하위문화 정신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더셀럽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하이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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