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 조진웅 “힘 있는 시나리오, ‘하길 잘했다’싶어요” [인터뷰]

인터뷰 2019. 11.21(목)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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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김지영 기자] 실화라 더욱 씁쓸하고 분노를 일으키는 영화 ‘블랙머니’가 8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관객과 함께 외환은행 헐각매각사건에 빠져드는 배우 조진웅은 그만의 강렬한 힘으로 형사소송법 234조 2항을 러닝타임 내내 외친다.

‘블랙머니’(감독 정지영)는 1989년 외환은행이 민영화되고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벌어진 실화를 소재로 했다. 사실과 밀접해 어렵고, 거북하게 느낄 수 있을 터지만 정지영 감독은 관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양민혁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다.

조진웅이 맡은 양민혁은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열혈 검사. 의도치 않게 자신이 조사를 담당하고 있던 피의자가 자살로 숨을 거두는데, 피의자는 “양민혁 검사의 성추행 때문에 견딜 수 없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메시지를 남긴다.

피의자와 대화도 제대로 나눠보지 않은 양민혁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뉴스에 연일 보도되고 처분까지 내려지니, 양민혁은 자신이 직접 누명을 벗으려한다. 단순한 누명인 줄 알았던 사건은 커다란 내막이 숨겨져 있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조진웅은 들뜬 모습으로 취재진을 반기며 “영화가 시나리오보다 잘 나온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블랙머니’의 PD와 개인적인 친분으로 먼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영화의 원제도 ‘모피아’였다고. 모피아는 재정경제부 출신인사들을 지칭하는 말로, 재정경제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최근 어려운 소재들을 꺼려하는 관객들의 입장에서 ‘이런 영화를 찾겠어?’하는 걱정이 앞섰으나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 생각이 달라졌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힘이 있더라. 그 뒤로 감독님을 만나서 심도 깊은 얘기를 했다. 내용이 어렵긴 하지만 이런 영화는 내용이 무거워야 한다. 주제나 우리가 고하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어둡고 해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결이 될 수도 없지 않나.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까 이 작품을 선택해서 다행이다. 처음엔 ‘왜 나한테 줬지’ 싶었는데 실제 설명을 듣고 현장에서 촬영할 대마다 고스란히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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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은 ‘블랙머니’의 시나리오만 6년을 썼고, 약 50명의 제작위원과 함께 영화를 준비해나갔다. ‘블랙머니’가 탄탄할 수 있었던 이유다. 더군다나 외환은행 헐값매각사건을 잘 모르는 관객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몫은 양민혁이 전적으로 담당한다. 검찰의 수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직업이며 경제에 문외한 인물이 양민혁 검사였다.

“시나리오에서 우려했던 것은 너무 곱씹어 얘기를 하면 EBS 르포처럼 보이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굳이 극 중에서 제가 모르는 것을 되묻는다. 되짚어서 설명을 해주는 역할이다. 덕분에 메시지 전달이 쉽게 된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 감독님과 많이 고민했다. 너무 많이 인식을 시켜도 관객들이 거북할 수 있으니까 그것을 조율하는 것에 있어서도 쉽지 않았다.”

데뷔 후 65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조진웅이었어도 ‘블랙머니’의 톤 조절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어려운 경제, 법 용어, 각 부처의 직책 등의 단어들을 빠르고 보는 이들의 귀에 박히도록 연습했다.

“전달할 때는 직접적으로 가야 한다. 시위를 할 때 전 총리, 금융감독위원장 등을 말하는데, 리듬과 호흡을 탈 수 있는 대사가 아니더라. 제 대사를 통해서 자막이 느껴지도록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다. 직접 해보니 리듬보다는 숨 쉬듯이 얘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난해하다싶으면 많은 스태프들과 상의를 했다. 그래서 더 애착을 가지고 같이 영화를 만드는 의미가 생기더라.”

더군다나 양민혁으로 하여금 관객들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같이 통감하지만, 아파하기만하는 것보다 이성적으로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했다. 영화를 보는 중엔 관객이 양민혁이 되고, 영화가 끝나고 나면 양민혁의 감정을 오롯이 전달받고 분노를 표할 대중이 남아있길 바랐다.

“톤 조절을 하는 게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양민혁을 통해 관객들도 아파하는 게 아니라 그럴수록 이성적으로 사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양민혁이라는 사람이 서서히 사라지고 극이 막을 내리면 사건을 정확하게 봐야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그걸 전달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 이 조절을 하려고 양해를 구한 뒤 재촬영을 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데도 그 지점을 지키는 게 감독님과 저, 다른 배우의 싸움이었다. 그런 지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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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하다 의견을 구하는 연출진이 PD만 해당되지 않았다. 조감독, 스크랩터 부스에 있는 스태프 등 모두와 의견을 나눴다. 조진웅이 ‘블랙머니’ 현장에서 자유롭게 상의를 하고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보다 더 개방적인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도 많은 감독들을 봐왔지만 정지영 감독님이 가장 완성형 감독이다. 만약 제가 연출을 하게 된다면 저도 그렇게 할 것 같다. 소통의 창구가 항상 열려있는 분이다. 그게 제일 중요하지 않나. 저 같은 사람이 소통의 창구가 열려있으면 귀가 얇아서 흔들렸을 텐데 정지영 감독님은 오히려 그런 부분에선 견고하시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 흔들리지 않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조진웅은 극의 말미 단상에 서서 소리치는 장면, 김나리(이하늬)를 쫓아가는 장면에선 크나큰 분노를 느꼈다며 촬영 당시 느꼈던 감정을 표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블랙머니’를 통해 대중들이 비슷한 문제를 만났을 때 영화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나리를 쫓아가고 건물 유리를 주먹으로 치는 장면에선 감정을 담아서 쳐서 손이 아팠다. 스태프가 ‘건물 부서트리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웃음) 열이 많이 받기는 했다. 관객들도 영화를 보고 나서 인지했으면 좋겠다. 현 시대에 살고 있는 정책 고위 관료들 중에서도 눈 감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아마 영화의 개봉이 뜨끔할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사고를 인지하는 칩을 꽂은 뒤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셨으면 한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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