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방송이 묻다. “누구와 사세요?”

칼럼 2019. 11.13(수)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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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구해줘! 홈즈’, JTBC ‘멜로가 체질’, MBN  ‘나는 자연인이다’
MBC ‘구해줘! 홈즈’, JTBC ‘멜로가 체질’, MBN ‘나는 자연인이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헨리 비숍 작곡의 영국 민요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의 번안곡 ‘즐거운 나의 집’의 첫 소절이다. 이 가사처럼 우리는 오래 전부터 ‘집’을 유일하고 최종적인 안식처로 믿어왔다. 이 세상 어떤 즐거운 곳도 내 집만 못하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누구나 집에 머문다. 내 집이든 빌린 집이든, 노숙하는 지하도 한 귀퉁이 박스집이든, 집에 머문다. 언젠가 떠날 수도 있겠지만, 살고 있는 그 동안은. 집에 들어오면 밖에서 잔뜩 웅크리던 마음이 활짝 펴지고, 떠오르는 생각들도 집에서만큼은 단순하게 정돈된다. 보리밥에 짠지 한 가지 반찬이어도 화려한 식당 메뉴보다 안전하고 속이 편하다.

언제부터인가 모두의 안식처였던 그 같은 집의 개념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흐름을 방송 프로그램이 이끌고 있다. 변화의 기조에서 다행스런 부분은 여전히 ‘거주’라는 집의 기능을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집은 부동산’이란 인식이 보편화된 현실로 미루어 ‘집은 거주의 공간’이란 기능을 강조한 요즘 방송 프로그램은 호평 받아 마땅하다.

대표적 프로그램은 MBC 예능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이다. 바쁜 현대인들의 집 찾기를 위해 스타들이 직접 나서서 발품을 파는 중개 배틀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경제 TV 프로그램이 부동산에 대한 욕망 극대화에 치중하는 것과 비교하면 신선하기까지 하다. “집을 사고팔아 차익을 남기라”는 주문이 아니라 비록 전월세 집이지만 주거 환경과 경제 형편에 초점을 맞춰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시청자의 좋은 반응은 높은 시청률이 입증한다. 일요일 밤 방송인 데도 5% 후반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시청률 종합 순위에서도 10위권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1% 미만의 부동산 소개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집을 ‘화폐의 기능’으로 인식하는 사람보다는 ‘주거의 기능’으로 보고 싶은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는 사는 지역과 집 소유 여부, 주택 형태에 따라 계급과 신분이 정해지고, 삶의 질마저 저당 잡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디 사세요”란 질문은 ‘현대판 호패’인 양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구해줘! 홈즈’는 그 불편한 질문을 정면으로 봉쇄하고 있다. 대신에 “우리에게 집은 무엇인가? 그 집을 욕망하고, 그 욕망에 좌절하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의뢰자 대부분이 자녀를 가진 기혼 가정이란 점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이다. ‘가족의 해체’는 오래 전에 시작되고, 갈수록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가족 위주의 집을 중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연출 의도도 탁월하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수도권에 젊은 층이 집중되고, 고령층 대부분이 농어촌 인구를 구성하면서 ‘가족의 해체’는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 현실이다.

이 ‘가족의 해체’는 대부분의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시청률 10% 이상을 기록하며 수개월째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제작진은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나 혼자 산다’를 소개하고 있다.

‘나 혼자 산다’ 시청 소감을 보면 “형편만 되면 나도 혼자 살고 싶다”는 젊은 시청자의 희망이 대부분이다. ‘집’이 있으면 ‘가족’이 없어도 좋다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이른바 ‘욜로’(You Only Live Once) 족의 가치관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부모세대의 “자식을 위해 살고 있다”는 ‘내리사랑’ 가치관이 20~30대에 이르면 “나를 위해 오늘을 즐긴다”는 욜로 문화로의 가치 이동을 보여준다. 이는 ‘함께 사는 집’에서 ‘혼자 사는 집’으로, 집의 개념을 바꿔 놓고 있다.

또 하나의 다큐 예능 ‘나는 자연인이다’(MBN)도 ‘가족 없는 나홀로 집’을 배경으로 만들어진다. 원시의 삶 속 대자연의 품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자연과 동화되어 욕심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7년째 방송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일부 중장년 시청자들은 “미래의 나를 본다”며 혼자 사는 오지의 집을 꿈꾼다. 여기에도 ‘가족’ ‘가정’ ‘식구’는 없다.

드라마에도 거주의 변화가 나타난다. 요즘 드라마에 등장하는 ‘집’에는 부모세대와 함께 하는 가족을 보기 드물다. 4인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전형적인 모습은 더 이상 주가 되지 않는다. 2대 3대가 함께 하는 집은 재벌 회장, 사장의 집 등 ‘있는 자들의 집’이다. 그 나머지는 한부모 가정이거나 단독세대로서의 집이다. 집에 식구가 없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정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단독 가구가 많아진 세태를 반영한다지만 저출산 노령화와 빈부격차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가구의 형태에도 다양성이 생겨나 이제는 “누구와 사세요?”라고 부담 없이 이야기하는 시대다. 혼자 사는 사람, 애인과 동거하는 사람, 동성친구와 반려묘를 기르며 사는 사람, 마음 맞는 몇 몇 고향친구와 함께 사는 사람 등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비친족가구’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렇게 다양한 주거 환경에서 살아가는 집이 많아져서, 방송은 그들로부터 더 다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끌어내 화면에 담는다.

최근에 종영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집’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했는가를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 방송작가로 나오는 천우희는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다가, 가끔은 본가에 가서 밥을 먹고 오기도 한다. 그가 사는 집에는 남자친구를 잃은 한 친구의 게이 남동생과 그녀를 걱정하는 동성 친구 둘이 모여 있다. 주거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자유롭고 열려있었다.

‘집’에는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살면 가족’이라는 방송의 시각에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실제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여론조사(여성가족부) 중, “생계와 주거를 공유할 경우 가족으로 인정한다”라고 답한 사람이 66.3%이른다. 젊은 층 중심으로 법률혼 이외의 가족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방송이 보여주는 ‘집’과 ‘가족’의 기능과 역할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1인 가구 비율이 늘고 있다”라는 말을, 엄청난 발견처럼 내뱉는 것이 도리어 촌스러워 보일 정도로 익숙한 시류가 되었다. ‘집’의 구성원이 변화되어도 누구하나 주목하지 않는다. 내 이웃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는 주거 현실이다. 하지만 극단적 개인주의 혹은 극단적 가족주의는 모두 개인, 혹은 사회를 아프게 만든다. 따라서 방송의 여러 프로그램이 외로운 1인 가구도, 정형화된 핵가족 가구도 거부하며 ‘집’ 구성원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현실은 위험하지만 신선하고, 추후에도 긍정적 이미지로 작용되어 확대되길 기대한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MBC ‘구해줘! 홈즈’, MBN ‘나는 자연인이다’, JTBC ‘멜로가 체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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