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빈 “‘멜로가 체질’, 저에게도 ‘띵작’” [인터뷰]

인터뷰 2019. 10.11(금)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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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김지영 기자] 독립영화 ’죄 많은 소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배우 전여빈이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통해 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대중의 인식에 완벽하게 각인됐다. 장차 충무로와 국내 안방극장을 책임지고 짊어지고 갈 전여빈의 행보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극본 이병헌, 김영영 연출 이병헌, 김혜영)은 서른 살 여자 친구들의 고민, 연애, 일상을 그린 코믹 드라마. 전여빈은 극 중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이은정 역을 맡았다.

전여빈은 영화 ’죄 많은 소녀‘로 충무로의 기대주, 충무로의 샛별 등의 다양한 수식어를 얻으며 기대주로 등극했다. 해당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신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연기력과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선보였기 때문. 그런 그가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 등장한다는 소식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이번 작품의 극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은 이병헌 감독은 전여빈이 출연한 두 편의 영화 ’죄 많은 소녀‘와 ’여배우는 오늘도‘를 보고 캐스팅했다. 전여빈의 모습을 인상 깊게 본 이병헌 감독은 드라마 제작사에 ’전여빈과 꼭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여빈은 이병헌 감독과의 미팅에서 자신을 믿어준다는 강한 신뢰를 느껴 ’멜로가 체질‘에 합류했다.

그가 ’멜로가 체질‘에서 맡은 이은정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뛰어든 신인 감독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데뷔작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켜 스타 감독으로 급성장했으나 영화를 제작하면서 만난 남자친구 홍대(한준우)를 병으로 먼저 떠나보낸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은정은 충격으로 홍대가 여전히 곁에 있다고 생각하며 환청, 환시 등의 마음의 병을 앓는다. 자살 기도를 할 정도로 병이 깊었던 은정은 절친한 친구 임진주(천우희), 황한주(한지은), 동생 이효봉(윤지온)과 함께 한집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조금씩 홍대의 빈자리를 채우려 여전히 홍대와의 이별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은정의 전사가 드라마에 상세하게 표현되지 않지만 1, 2회 분량의 짧은 내용만으로도 쉽지 않은 캐릭터임을 알 수 있다. 드라마 첫 주연작에다가 심적으로 힘듦을 표현해야 하는 은정을 맡아야 하는 부담감이 신인 배우에게 없지 않을 터다. 그러나 전여빈은 “이상하게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며 충무로의 괴물 신인다운 모습을 보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은정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단번에 알기는 어려웠다. 트라우마를 가졌는지, 환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건지, 홍대랑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색깔들이 다채로운 극에서 재밌게 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드라마가 방송되면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커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긴 했었다. 그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그 인물이 되고자 했고, 그 안에 있는 진심들은 변하지 않는 것이니까 알아줄 사람은 알 것으로 생각했다.”

내면에 숨겨진 아픔을 남몰래 표현하는 은정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솔직한 말도 서슴없이 하는, 주변에 한 명쯤은 있을 ’돌직구‘스타일이었다. 밝은 모습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은정에 전여빈은 더욱 끌렸다.

“은정은 자기 할 말은 하고 뚝심이 있거나 뒤로 갈수록 입체적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의 산을 마주하면서 극복하는 과정들이 기존에 보지 못했던 결의 캐릭터였다. 사실 극복하는 과정들은 촬영하면서 발견했던 거고 함께하기 전엔 알 수가 없었지만 그냥 욕심이 났던 게 맞다. 밝은 캐릭터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목표가 있어서 출연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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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은 다큐 제작사에 입사했으나 상사에 시달려 옳고 그름을 주장하다 퇴사해 자신의 길을 찾는 소신이 있었다. 또한 첫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친일파를 다루고, 재산이 있으면 나태해진다며 전 재산을 기부하는 등 뚝심이 굳건했으며 자신의 친구이자 배우를 위해 예의 없는 감독에게 맞서 싸울 줄 아는 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연약함을 받아들이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달라짐을 인정하지 못해 환상을 보는 은정은 가장 강하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약한 사람이기도 했다.

“강해 보이는 사람이 가장 연약하기도 한 것 같다. 강함과 약함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은정이 자신의 약점을 만나게 됐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은정이가 되게 용기 있다고 느껴졌다. 약한 모습을 직시하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용기, 누군가에게 자신의 아픔을 말하고 손을 내미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은정이는 다음에 또 다른 일을 하려고 시도를 하지 않나. 그런 것들은 은정이가 어떠한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공허함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굳건하지만 내면은 여린 은정과 실제 전여빈은 얼마나 닮았을까. 인터뷰 내내 조근조근하게 설명을 잇다가 눈을 반달로 휘게 웃으며 입을 손으로 가리는 그의 모습은 풋풋하고 싱그러웠다. 드라마 속 은정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팩트폭력‘을 날릴 때와는 상반된 이미지였다.

“저는 차분하기도 한데 깨방정일 때는 정말 많이 깨방정이고 발랄한 성격이다. 긍정적이다가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는 또 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많이 왔다 갔다하는 성격인 것 같다. 그런 부족한 면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보완해나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은정이는 저의 캐릭터여서일 수도 있지만, 은정이는 참 멋있는 사람이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1%의 낮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한 ’멜로가 체질‘은 저조한 성적을 받았으나 많은 이들에게 웰메이드로 남았다. 서른 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던 것만 같던 우리네들에게 응원과 위로의 말을 건네고 또 한편으론 다들 겪는 일이라는 듯, 공감을 사 시청자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인생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저에게도 ’띵작‘(명작)일 것 같다. 너무 애정이 크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시즌2 또 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작가님과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런 드라마를 제작을 함께해준 제작사도 고맙다. 드라마로 봤을 때는 너무 많은 인물들이 있기에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지 않아 시청률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 이것을 추진해주고 함께해 준 것이지 않나.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여러모로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또 다음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 때 안정적인 선택지가 아니어도 하고 싶고 궁금증이 생긴다면 ’멜로가 체질‘을 통해 배운 용기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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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시작하는 나이에 정답은 없다지만, 최근 많은 연예인들이 어린 나이에 시작하는 것과 비교해 전여빈은 빠른 편에 속하진 않는다. 20살에 연기라는 게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21살에 연기 전공을 하면서 본격적인 연기 공부를 한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연기를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놀랐던 것은 연기라는 일을 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한 친구들이 너무 많더라. 순간 부끄러웠다. 이렇게 연기를 위해서 노력한 시간이 많은 친구들에 비해서 제 호기심이 얕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데뷔의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허더라도 나중에 데뷔의 순간을 내디뎠을 때 배우라는 꿈을 꾼다는 부끄러움이 없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컸다.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에 연기와 좋은 배우는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고 연기에 도움이 되는 시도들을 많이 했었다.”

현장의 분위기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영화제와 연극, 촬영장 스태프 등에 참여했다. 이후엔 단편영화에 출연해보기도 하고 영화 산업의 세계를 체감하기 위해 상업영화에서 단역을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그렇게 지금의 전여빈이 완성되고 있었다.

“어느 순간은 조급해지기도 했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라 밥벌이를 책임져야만 했고 연기를 하고 싶어 하지만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이는 들고 기회는 안 올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나는 계속 준비만 할 것 같기도 하고. 다행히 ’죄 많은 소녀‘로 기회가 왔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되면서 꼬리를 물고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 꿈꿔온 시간이 짙어질수록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없어지는 것 같다. 이상한 고집이 생기기도 하고, 자존심도 생기고. 그런데 저는 하늘이 도운 것 같다. 아직도 간절함은 계속 있다.”

소중한 기회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 배우, 감사함을 느낄 줄 아는 배우가 되겠다는 전여빈에게 연기, 배우는 어떤 존재일까.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하다는 듯 행복하게 답변을 이어나가는 그의 감정이 오롯이 전해졌다.

“저에게 와준 기회가 너무 소중하고 연기라는 일은 너무 중요한 일이다. 너무 잘하고 싶고 애정이 크니까 그야말로 해치고 싶지 않다. 천천히 걷더라도 한발, 한발 잘 걷고 싶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 현실이 되고 좋아하는 일로 돈도 벌 수 있고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일이지 않나. 그래서 더욱 잘하고 싶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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