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태규가 ‘닥터탐정’으로 전하고 싶었던 위로 [인터뷰]

인터뷰 2019. 09.16(월)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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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이원선 기자] 배우 봉태규가 ‘닥터탐정’으로 전하고 싶었던 건 작지만 힘있는 위로였다.

최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모처에서 SBS 수목드라마 ‘닥터탐정’(극본 송윤희, 연출 박준우)에서 허민기 역을 맡아 열연한 봉태규의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더셀럽과 만난 봉태규는 시원섭섭한 종영소감을 전하며 ‘닥터탐정’으로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막을 내린 ‘닥터탐정’은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직업환경전문의들의 활약을 담은 사회고발 메디컬 수사극으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해왔던 박준우 PD와 산업의학전문의 출신 송윤희 작가가 의기투합해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봉태규는 극 중 UDC(미확진 질환센터) 직원이자 날라리 천재 의사 허민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겉모습은 불량해 보였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감성을 가졌고 부도덕한 사회에 맞선 허민기는 봉태규의 20대 시절이기도 했다.

봉태규는 “민기는 20대 때 저와 많이 닮았다”며 “봉태규의 20대를 회상해보면 참 감정적이고 즉흥적이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20대 때 저의 모습이 생각나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많이 참고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정을 써야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분노와 같은 감정을 간결하게 표현하려 했으며 정의감이나 사명감은 버리려 했다. 있는 그대로, 내면의 민기를 보여주는 점에 포커스를 맞췄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닥터탐정’은 여느 드라마와 달리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극을 이끌어 나갔다. 이런 특별한 점 또한 봉태규가 작품을 선택하는 하나의 요소가 됐다. 그는 “우리 드라마는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었고 남성 캐릭터는 그런 여성을 받춰주는 역할이었다. 요새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 이런 작품이 별로 없는데, 우리 드라마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좋은 시도로 한 획을 쓴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이렇듯 봉태규가 여성과 여성 인권에 대해 심도 깊게 생각하게 된 이유로는 아내 하시시박 작가의 영향도 있었다. 봉태규는 사진작가 하시시박과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결혼 후 사회가 보는 아내의 입지는 봉태규가 여성 인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그는 “결혼 전에는 여성 인권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하지 못 했었는데 결혼 후,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달라졌다”라며 “이런 변화들이 지금의 사회 분위기에 맞게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봉태규에게 새로운 획이 된 ‘닥터탐정’은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박준우 PD의 드라마였기 때문. 다큐멘터리 PD와 처음 작업해 본 봉태규는 “기존에 함께 해왔던 감독님들과는 달랐다”라고 박준우 PD만의 장점을 나열했다.

그는 “수사물이었기 때문에 간결한 촬영을 진행할 줄 알았는데 PD님께서는 긴 호흡으로 촬영하길 원하셨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우리 작품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보니 장르물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긴 호흡으로 배가 된 것 같다”고 박 PD만의 촬영 스타일을 전했다. 특히 “민기가 취재 하는 방식은 박 PD님의 실제 취재 방식에서 많이 참고했다”라며 “드라마 현장에서 여러 교양국 이야기들을 들으며 촬영하니 현장 분위기는 너무 좋았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전개된 이야기라는 점은 극에 무거움을 더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무거움 속에서도 봉태규가 전하고 싶었던 건 위로였다. 그는 “사실 외면하면 굉장히 편해지는 이야기들이 많다. 우린 그런 부분들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우리 드라마를 보는 누군가는 사건을 겪으신 피해자 분들일 수도 있는데 그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누군가는 그 분들을 위해 마음쓰고 있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위로는 매회 에필로그에도 담겼다. ‘닥터탐정’은 여느 드라마와 다르게 프로그램이 끝난 후 실제 사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봉태규 역시 “우리 작품에 에필로그는 보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됐다”며 “좋은 의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했고 울림을 선사했지만 ‘닥터탐정’의 시청률은 마지막회 3.4%, 3.9%(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이하 동일)로 아쉬웠다. 이에 봉태규는 “최근 선택의 폭이 넓어지다보니 취향으로 인해 시청률이 갈리는 것 같다”며 “다양한 컨텐츠들이 나오고 있다는 건 긍정적인 변화이니 시청률이 나쁘다고 해서 아쉬워할 건 아닌것 같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영화와 드라마, 컨텐츠 자체로 구분짓는 게 강했는데 요새는 여러 경계선이 모호해진 것 같다. 이제는 영화 감독님들이 드라마 하기도 하고 드라마 감독님이 영화를 하기도 하는데, 이런건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하는데 있어서 좋은 변화인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인터뷰 말미에는 ‘리턴’에 이어 또 한 번 함께 호흡하게 된 박진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리턴’ 때는 함께 하는 신이 별로 없어 많이 보지 못 했었는데 이번엔 함께 하는 신이 많다보니 대화도 길었다”며 “매 신마다 누나가 배려해 주는 걸 느껴서 편하게 작업했던 것 같다”라고 박진희와의 호흡을 설명했다.

봉태규는 2001년 임상수 감독의 영화 ‘눈물’로 데뷔, 여러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올해로 데뷔 20주년이 됐다. “개인적으로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는 봉태규는 “아직 갈길이 멀다”라고 지난 20년을 회고했다. 그는 “아직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다양한 것들을 해보려고 노력하겠다. 배우라는 직업인으로 머물 수 있어 행복하다”라고 연기에 대한 사랑을 내비쳤다.

[이원선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아이엠이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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