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진실①-인터뷰] 박진실 변호사의 ‘중독症 해독’, 마약청정국의 불편한 진실

방송 2019. 09.05(목)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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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한숙인 기자] 한국은 마약청정국가라는 영예로운 훈장을 달고 있다. 그러나 그 훈장은 이미 기억도 희미한 전쟁의 상흔을 영웅담으로 되새기며 살아가는 참전자들의 씁쓸한 추억의 재현품처럼 현실성을 상실한지 오래다.

폭력 사건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태는 ‘마약청정국가’를 자신하던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승리 게이트로 물고를 튼 버닝썬 사태는 이문호, 황하나 등 연예인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소위 셀러브리티들의 마약 문제로 이어지면서 연일 여론을 들끓게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더는 마약청정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버닝썬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난 것처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마약은 ‘청정국가’라는 안도감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생각인지 입증했다.

◆ 마약청정국가의 허상 “정확한 통계 파악 절실”

마약범죄를 다뤄온 법률사무소 진실의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 실태에 관한 정확한 파악과 마약에 관한 정확한 인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박 변호사는 “(한국은) 이미 마약청정국은 끝났습니다. 암수범죄로 검거된 인원이 1만 명이면 통상적으로 두 세배로 추정하는데 (전문가들은) 실제로 그보다 훨씬 많다고 보죠. 실제 중독자들한테 네 주변에 너를 두고 몇 명이나 있을 거 같은지 물어보면 ‘엄청 많죠’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계속 기존 틀 안에만 있죠”라며 정확한 통계 파악이 안 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마약의 속성상 음지에서 거래돼 중독자와 거래가 쉽지 않은 태생적 문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오프라인이 아닌 인터넷 거래망이 보편화되면서 마약 거래상에 의한 대면 거래가 아닌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거래가 이뤄져 검거는커녕 실태 파악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박 변호사는 마약 유통 경로 변화를 언급하면서 실태 파악에 관련한 문제만이 아니라 통제 불능의 상태로 악화되는 중독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는 “이전에는 정말로 사람을 통해서만 구입했습니다. (자신과 연결된) 특정 판매자가 구해주지 않으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실제 중독자들은 ‘예전에는 상도의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마약을 사려는 사람이 상태가 안 좋으면 구매자가 ‘야, 나 약 없어. 가’라고 했다는 거죠.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줬다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특정 판매자가 아니라도 다른 데서 구할 수 있으니까 계속 할 수 있는 거죠”라며 유통 경로가 다변화돼 이미 한번 중독된 이상 마약을 끊기 어려운 구조가 됐음을 설명했다.

◆ 연예인 미투 효과 “‘모방심리’가 접근 동기”

이처럼 마약 접근성이 쉬워지면서 호기심을 쉽게 충족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기억에서 사라질 새 없이 터지는 연예인 마약 사건은 그런 점에서 소위 ‘연예인 효과’로 발생하는 영향력과 파급력의 심각성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박 변호사는 “연예인은 그들이 미치는 영향성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죠”라며 LSD 사용으로 검거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체포된 당사자가)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 그걸 했다고 해서 해봤다고 하더라고요. ‘모방심리’인거죠. 본인은 그랬다는 거예요“라며 실제 마약을 처음 경험하는데 ‘모방심리’가 동기가 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소위 의학적으로 중독성이 없다고 하는 프로포폴, 미국 약물중독연구소에서 중독성 없다고 판단한 대마 등이 ‘마약류’로 통제를 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대마와 프로포폴이)중독성이 없다? 대마는 중독성이 있다고 이론적으로 주장되고 있습니다. 이론적 근거가 명확하지만 왜 그 사람들이(연예인, 셀러브리티) 그렇게 하겠어요. 모든 물질은 다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어딘가에 꽂히겠죠. 그게 자체에 중독성이 있는 필로폰과 달리 이거는 계속하면 의존이 될 수 있는 거죠. 심리적 의존도 될 수 있는 거고. 프로포폴도 의학적으로 분명히 중독성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부는 의료 이외 목적으로 사용해서 집행유예 받잖아요”라며 중독성을 단편적으로 판단할 수 없음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버닝썬 사태는 암암리에 알려졌던 유학생들 사이에서 마약이 남용되는 실태도 드러냈다. 유학생들의 마약 남용은 마약 확산의 또 다른 한축으로서 심각성을 일깨웠다. 이는 유학 중에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난다고 말하는 이들의 자신감이 과연 유효한가에 관한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유학 중 대마를) 계속 하는 사람도 있고, ‘더 이상 난 됐어’ 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다가도 한국 돌아와서 절대 안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술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놓으면 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도 있죠. 필로폰 같은 경우 중독돼서 없으면 찾아다니고 이런 거랑 좀 차원이 다릅니다”라고 한 번 접한 후에 완벽하게 중독 시스템에서 벗어났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 화두를 던졌다.

대마의 육체적 심리적 중독성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중독성이 강한 마약으로 가는 관문 즉 ‘게이트웨이 드럭’이라는 점이다.

이어 “제일 중요한 게 부모들 입장에서는 제아무리 중독성이 없다고 해도 그만하게 하고 싶죠. 아예 처음부터 싹을 잘라야 되니. 그건 모든 부모들이 똑같은 마음이죠”라며 마약류가 개별이 아닌 ‘마약 중독 시스템’ 테두리 안에서 인지되고 있는 현실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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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독자 가족들의 고통 “간접경험이지만 힘듭니다”

박 변호사는 본인들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중독 연쇄작용의 심각성도 지적했다.

그는 “마약하는 사람들을 만나본 저로서는 가족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체감하게 됩니다. 본인이야 어쨌든 본인이 좋아서 하잖아요. 그런데 가족들은 힘들어요. 옆에서 하는 간접 경험이지만 힘듭니다. 한 중독자 어머니는 그래도 감옥이 들어가 있으니 차라리 마음이 부끄럽지만 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나와서 약하고 돌아다니는 걸 볼 때 본인이 감당하기 힘드니까. 부모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아무도 그 입장이 돼보지 않은 이상 비난할 수 없죠”라며 가족이 느끼는 고통의 깊이를 전했다.

그런데 정작 중독자 본인들은 가족이 체감하는 고통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그는 “제가 너무 안타까운 게 본인들은 안에 들어가 있을 때만 그걸 느낀다는 겁니다. 가족의 소중함, 본인에 대한 후회, 그런데 이 사람들이 그 경험을 통해서 (마약을) 하지 않냐? 뇌에 각인되고, 중독이기 때문에 쉽게 벗어날 수가 없죠”라며 중독의 악순환을 일깨웠다.

박 변호사는 이런 이유로 마약을 한 사람들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만큼이나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마약범들에게 재사회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한국의 현실을 지적한 그는 예방 및 치료 교육을 강화하게 된 미국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도 이거(대마)로 인해 전과가 생겨서 학자금 대출 끊기고(청년 문제) 하는 상황이 생기고 수용시설이 과포화 상태 되고. 그러다 보니 나라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거죠. 하는 사람도 너무 많고 반복되는 상황. 그러니까 대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긴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약 전과자들은) 사회로 복귀가 안 됩니다. 사람들이 조현병에 대해서 ‘조현병 환자들이 모두 다 범죄는 아니다, 치료할 수 있고 회복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잖아요. 그 단계를 놓쳐서 경계선을 넘어가면 극단적인 범죄를 일으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잖아요. 마약 중독도 뇌질환, 만성질환이예요. 마약 전과자들을 낙인찍어서 그 (마약 중독자들로만 구성된) 사회에서만 살게 할 게 아니라 교육시키고 사회에 나올 수 있게 해서 건전한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해요”라며 재사회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덧붙여 “(마약 경험이 없는 치료자들에 의한)예방교육이 한계가 있는데 그래서 지금 미국이나 이런 데서는 중독에서 회복된 사람들이 그런 일을 많이 해요”라며 마약 전과자들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시스템의 학습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 거부가 당연시 되는 대립사회 “적극적인 재사회화 필요”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뿐 아니라 ‘페미’ ‘마초’ 등 극단적 여성, 남성주의까지 최근 사회에서 어떤 논란이나 논쟁이 제기될 때 마다 불거지는 양극화 되는 극단적 대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뭐든 지금 사람들의 생각이 양극화로 가는 게 문제라고 봐요. 그냥 케이스를 두고 합리적인 선에서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무조건 편을 나눠요. 근데 저는 어른들이 제대로 교육을 못 시켜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연령층이 내려갈수록 젊은 층이 더 심해지고 있죠”라며 “인식을 심어주잖아요. 근본은 보려고 안 해요. 정말로 ‘확정편향’같이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 거예요. 다른 사람 얘기를 들어보려고도 안 해요”라며 마약 전과자들의 사회적 수용 자체가 차단돼있음을 안타까워했다.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 중독자와 이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 양측 모두 마약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독자들은 마약의 심각성에 관한 정확한 인식을, 사회는 마약과 마약 중독자들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이 일상으로 복귀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적극적인 재사회화에 상호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

그는 “‘왜 처음부터 몰라야 되는지’에서 시작해 제대로 알아서 하지 말아야 하는 거고, 한 번 했을 때는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찾아야 되는 거고 이러한 것들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합니다”라며 마약청정국가라는 허울에서 벗어나 마약 중독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과 치료 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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