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유해진 "황해철, 금간 돌멩이처럼 표현하고 싶었다" [인터뷰]

인터뷰 2019. 08.07(수)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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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김지영 기자] 애드리브와 너스레를 적재적소에 섞어 관객들의 웃음을 담당하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총을 연신 쏘아대는 일본군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항일대도를 휘두르고 일본군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영화 ‘봉오동 전투’ 속 배우 유해진의 모습이다.

7일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에서 유해진은 과거 마적 출신이지만 독립군 분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황해철로 분했다. 저격수 마병구(조우진), 대한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류준열)를 비롯한 독립군들과 함께 전략을 세워 일본군들을 봉오동으로 유인해 전투에서 승리한다.

영화는 독립군 개개인의 인생사를 면밀히 다루는 것이 아닌 ‘어떻게 승리로 이어질 수 있었는가’에 초점을 맞췄기에 각 캐릭터들의 전사가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독립군들 중 황해철과 이장하는 일본군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는 간략한 서사로 둘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유해진이 황해철을 맡아 극을 이끌고 나가는 힘이 되기도 했다.

“동생이 바로 눈앞에서 죽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쭉 갔던 것 같다. 그게 없었으면 힘들었을 수도 있다. 장하도 그런 시간으로 보내서 힘이 됐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황해철은 돌멩이, 살짝 금이 간 돌멩이처럼 표현하고 싶었다. 딱딱하고 진정성 있고 묵직해보였으면 하는 바라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무리를 끌고 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유연함도 필요했다.”

열 명 남짓한 독립군의 수장인 황해철은 카리스마로 똘똘 뭉쳐있다. 항상 먼저 앞장서서 독립군을 이끌고 일본군을 막사를 기습 공격한다. 포로로 납치한 엘리트 소년병 유키오(다이고 코타로)에게 “무조건 살아서 네 후손들에게 모든 것을 전해라”고 경고할 때도 섬뜩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의미 있는 작품에서 묵직한 캐릭터를 맡아 유해진에게도 진정성이라는 무게감과 책임감이 있었다. 혹여나 극 중 인물이 잘못 그려질 수도 있고 극에 어울리지 못해 튕겨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직함으로 승부하는 검술 액션도 마찬가지였다.

“조심성이 있었다. 액션연기도 화려하지 않고 기교를 넣고 싶지도 않았다. 당시 독립군들이 생존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몸짓으로 생각해서 감독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절대 화려하지 않게 하자’고 했다. 넘어지더라도 멋스러움을 보여주면서 넘어지는 그런 것 하지말자고. 이런 부분은 무술감독과 생각이 같았다. 제 대역을 정두홍 무술 감독이 했는데 힘이 느껴지게 해줬고 지도를 해준 부분도 고마웠다.”

극 말미를 향해 달려갈수록 극단으로 치 닿는 ‘봉오동 전투’지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황해철의 항일대도 액션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특히 유해진이 제안한 촬영 기법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신선함을 선사했다.

“원래는 몸에 카메라를 다는 바디캠을 착용하고 액션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해봤는데 너무 불편하고 비효과적이었다. 게임할 때 좀비들이 배경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바디캠을 벗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하겠다고 했다. 그게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길게는 못하고 짧게 했다. 길게 하면 관객들이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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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반 독립자금을 전달받고 이송하는 과정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 동굴에서는 영화에서 생략된 전사가 황해철의 대사로 간략하게 설명된다. 독백을 연상케 하는 황해철의 대사에서 지루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공기마저도 압도당한 느낌으로 극을 이어간다.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모여 있던 독립군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이웃, 나라 뺏긴 설움 때문에 모였다는 것이 영화의 주된 테마지 않나. ‘잘 전달돼야 할 텐데’라고 걱정을 했었다. 황해철의 대사가 설명식이긴 한데 그것마저도 없으면 너무 흘러가는 것 같다. ‘그러겠거니’하는 것보다 한번쯤 짚어줄 필요도 있다. ‘어제 농사짓던 인물들’이라는 것을 짚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극 중에서 황해철이 구사하는 평안도 사투리는 구수함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그의 강렬한 이미지와도 맞아떨어진다. 다수의 작품에서 평안도 사투리를 사용했던 유해진은 이번 작품에선 실제 평안도 사투리에 국내 관객들이 비교적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약간 변형했다.

“대사가 많기 때문에 알아들을 수 있는 평안도 사투리로 해야 했다. 함경도 쪽 사투리는 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관객들이 못 알아듣는다. 평안도 사투리는 ‘간첩’ ‘무사’ 등에서 썼었다. 여러 번 지도를 받았던 선생님에게 이번에도 받았고 평안도 사투리 중에서도 못 알아들을 것 같은 건 바꾸자고 제안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고 이해를 해야 하니까.”

영화의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이끌고 나간 유해진은 ‘봉오동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느끼고 있을까. 그는 “그것”이라고 간결하게 답을 한 뒤 연이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 영웅을 그린 것보다 남겨져 있지 않은 희생을 하셨던 분들의 과정을 담았다. 봉오동까지 가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들이 그려졌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있어서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영화에서 독립군들이 일본을 유인하고 쫓는 길이 봉오동으로 향하는 길로 그려졌다면 유해진은 배우로서 어떤 길을 그려가고 있을까. 60여 편이 넘는 작품에서 다채로운 모습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에게 다소 간략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마치 모든 것을 통달한 느낌도 풍겨졌다.

“계획을 잘 세우진 않는다. ‘하고 싶다’하는 것은 없다. 그런다고 그렇게 되지도 않고. 그냥 체크를 하면서 살아야간다고는 생각한다. 저는 지금 저를 들볶아야할 때라고 본다. 후배들과 작업하면서 자극을 받는 것도 있고 스스로 느슨해질 때도 있는 것 같다. 물론 나쁘지 않는 것 같다. 느슨해 질때는 느슨해 져야 한다. 어떻게 매일 타이트하게 사냐. 그런 생각이라도 좀 갖고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승리호’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진선규라는 친구를 봐도 참 너무 잘한다고 느끼고. 그런 것들에서 자극을 받으니까 좋은 자극인 것 같다.”

현재 일본은 과거사 청산 문제를 빌미로 삼아 무역 보복을 하고 있으며 최근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 또한 일본을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를 일본만 대상으로 하는 그룹을 따로 나누어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국내 민심도 일본에게 돌아서 불매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때맞춰 개봉하게 된 ‘봉오동 전투’지만 유해진은 시국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영화의 힘으로만 평가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일본의 영향이 좋은 영향은 아니지 않나. 수출규제를 당하고 있고 시국이 좋지 않다. 그것을 타서 우리가 이익을 얻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영화의 힘으로 ‘통쾌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리고 시국을 타라고 해도 안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영화는 영화의 힘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좋은 시국에 좋은 예시면 참 좋을 텐데 좋은 시국이 아니니까. ‘봤더니 통쾌하더라’하면 저는 기분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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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주)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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