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환, 넘어졌던 자신을 다시 일어나게 한 ‘사자’ [인터뷰]

인터뷰 2019. 08.07(수)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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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전예슬 기자]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말이 있다. 한순간에 뜬 스타인 줄만 알았더니, 남들보다 더한 노력을 한 배우였다. 우도환의 이야기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우도환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우도환은 극중 지신 역을 맡았다. ‘악의 사신’이기에 전작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 눈에 띈다.

“지난해 1월쯤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악을 숭배하는 것과 지하 공간, 우물과 대화하는 신들이 어려워 잘 모르겠더라고요. ‘순수한 영혼을 아버지께 바칩니다. 힘을 주소서’ 대사도 라틴어로 적혀 있었어요. 우리나라에 레퍼런스가 많이 없어서 참고할 자료도 없었죠. 판타지 빌런은 제가 할 수 있는 감량이 아닌 것 같다고 했는데 감독님을 만났어요.”

우도환은 ‘사자’ 출연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악역을 자신만의 색깔을 덧입혀 그려 내야하고 스크린 주연으로 나선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와 거절을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도환은 김주환 감독을 만난 뒤 ‘현혹’되고 말았다.

“저에게 출연 제의가 왔는데 한 명 건너서 ‘못 하겠어요’라고 하는 것보다 직접 뵙고 이유를 말씀드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을 만났는데 한 시간도 안 돼서 ‘하겠습니다’라고 했어요. 하하. 감독님께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비주얼을 보여줄 거고, 섹시한 악역을 만들어가자, 도전해보자’라고 하셨거든요. 새로운 시도는 확실했어요. 다만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제가 용기만 낸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감독님과 만난 지 한 시간 만에 믿음이 가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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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환이 맡은 지신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이용하는 영악한 인물이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 러닝타임 동안, 지신이 왜 악과 손을 잡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지신을 연기한 우도환은 왜 그가 악한 존재로 변한 것이라 생각할까.

“지신의 탄생과정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지신은 용후랑 비슷한 맥락이라고 봐요. 집안의 억압을 벗어나고자 했고, 그때 검은 주교가 지신을 만나 속삭인 거죠. 그래서 지금의 지신이 있는 거예요. 혼자 자랐고, 악이 자신에게 들어와 많은 사람들을 악으로 끌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극 초반, 지신이 클럽 안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신이 있어요. 사람들은 기괴한 춤을 추고, 정상적인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는 신인데 악이 인간을 바라보는 느낌을 주고 있죠.”

‘사자’의 가장 큰 볼거리는 CG 효과와 특수 분장이다. 용후와 지신의 대결은 특수 분장과 최첨단 CG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악의 힘을 빌려 강력한 존재로 변신하는 지신의 육체는 알비노 악어, 뱀 등을 모티브로 해 비늘처럼 오색으로 빛나는 피부를 표현했다. 매 촬영마다 7시간이 넘는 특수 분장을 해 고충이 남다를 터.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힘들었어요. 옆에서 분장 해주는 분들은 계속 작업을 해야 해서 힘드셨을 거예요. 분장을 떼는 작업도 쉽지 않았어요. 1시간이 걸리더라고요. 특수 분장팀이 정말 힘들었던 건, 저의 대역 형도 똑같이 분장해줘야 해서 고생하셨을 거예요. 같이 으쌰으쌰하면서 촬영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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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우도환은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박서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박서준 선배님이 정말 많이 챙겨주셨어요. 후배는 선배가 어렵잖아요. 선후배 그런 것 없이 마음을 열었다는 걸 보여주셔서 가까워질 수 있었죠. 촬영할 때는 많이 도와주고 기다려주셨어요. 특수 분장이 무거워서 숨도 잘 안 쉬어지고 타이트한 느낌이 강했어요. 그때 박서준 선배님이 ‘너 괜찮을 때 촬영 하자’라고 먼저 말씀해주셨어요. ‘빨리’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기다려주셨죠.”

우도환은 2017년 데뷔 후 ‘슈퍼 루키’로 부상했다. 그해 KBS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을 거머쥔 그는 2018년 MBC 연기대상 월화미니시리즈부문 남자 우수연기상을 수상하기도.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대세 행보’를 걷고 있어 배우의 길이 탄탄대로 같다. 그러나 대중에게 보이는 우도환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노력이 쌓여 완성된 것이었다.

“20대 초반에 혹독하게 살았어요. 제 자신을 억압하면서 살았죠. 그게 저에겐 답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자신와의 합리화였던 거죠. 오디션 볼 때 몇 줄 안 되는 대사에 전사를 만들어 냈어요. 그 과정이 저에겐 재미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렇게라도 안하면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았어요.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것 같아요. 언제 오디션이 잡힐지 모르니까 ‘나는 365일 베스트여야 해’라고 생각하며 4~5년을 살았어요. 그때 저는 여권도 없었어요. 영화 ‘마스터’ 때 처음 여권을 만들었죠. 하하. 헤이해지지 않아야겠다는 저만의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자’가 우도환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그 역시 ‘사자’는 “애틋하고 고마운 작품”이라며 마음을 전했다.

“스스로 힘들어하면서 20대 초반을 보내다가 스포트라이트를 갑자기 받았어요. 주변을 돌아볼 수 없는 시간에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생각을 할 때 ‘사자’를 찍으면서 느꼈어요. 연기가 좋은 이유와 작품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구나, 나 혼자 하는 게 아닌 모두가 함께 하는 작업이구나란 생각을 들게 해준 거죠. ‘사자’는 넘어졌던 저 자신을 일어나게 해준 작품이에요. 앞만 보고 갔다면 옆을 보게 해줬고요.”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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