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엑시트'로 완성한 캐릭터 변주의 정석 [인터뷰]

인터뷰 2019. 08.06(화)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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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셀럽 김지영 기자] “렌즈삽입술을 하고 회복하고 있던 중에 ‘엑시트’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시나리오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니까 ‘그럴 때 봐야 하는 영화’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느낌이 왔죠.”

성치 않은 눈으로 힘겹게 본 영화 ‘엑시트’의 시나리오는 배우 조정석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때 봐야 하는 시나리오”는 극 중 자욱한 유독가스의 상황과도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드라마 ‘녹두꽃’에서 묵직한 연기로 안방극장에 뜨거운 울림을 전했던 조정석이 재난영화이지만 코믹하고 유쾌한 ‘엑시트’를 통해 캐릭터 변주에 성공했다.

최근 개봉해 박스오피스를 선점하고 있는 ‘엑시트’(감독 이상근)는 취업준비생 용남(조정석)과 사회초년생 의주(임윤아)가 대학생 때 배웠던 클라이밍을 이용해 재난 상황을 탈출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정석에게 ‘엑시트’의 시나리오를 제안한 것은 류승완 감독이었다. “앞이 안 보일 때 봐야 하는” 이유는 영화 속에 있었다. 도시 전역에 퍼진 유독가스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하고 생명을 위독하게 만들어 용남과 의주는 한시라도 빨리 대피해야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전개, 곳곳에 배치된 웃음 등 ‘엑시트’의 센스 있는 시나리오는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읽게끔 만드는 힘으로 작용했다.

“독특하고 신박하다고 느꼈다. 감독님이 대사를 재밌게 쓰신 것 같았고 중반 이후부터는 긴박하게 흘러가는 것이 좋았다. 에필로그가 없이 끝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유독가스라는 소재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상대방과 싸우거나 총, 칼 등의 액션연기가 아닌 맨손으로 건물을 오르고 뛰는 맨몸액션이 영화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는 평소 운동을 즐겨 하는 조정석임에도 걱정되는 부분으로 먼저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고소공포증까지는 아니지만 높은 곳을 올라가면 무서워하는 것도 걱정이 됐었지만 ‘엑시트’는 이 모든 것들을 상쇄시키는 재미가 있었다.

“극 전체가 재미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장면들이 떠오르고 상상이 됐다. 저도 어머니가 연세가 많으셔서 칠순잔치의 경험도 있고 막내고 3수를 했다. 성룡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서 영화 속 장면들도 연상이 돼서 더 재밌게 읽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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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남과 성격은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들을 겪었기에 캐릭터 이입이 빨랐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연기한 것은 아니었다. 용남의 상황과 느낌을 이해하고 공감했을 뿐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지는 않은 이유는 조정석은 의연하게 당시의 상황들을 대처했기 때문이다.

“연극과를 다녔다. 보는 사람들 마다 ‘TV언제 나오냐’고 물어봤었다. 그때의 경험도 생각이 났지만 상황을 떠올리면서 연기를 하지는 않았다. 실제 조정석과 용남이는 다르니까. 저는 의연하게 대처했다. 누가 저를 위로하면 ‘뭘 토닥거리고 그래’, TV언제 나오냐‘고 하면 ’언젠간 나오겠지‘ 했다. 제 성격이 그렇다.”

취업을 하지 못한 용남을 보고 있노라면 조정석의 전작 ‘건축학개론’ 속 납득이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짧은 분량과 적은 대사지만 신스틸러로 활약해 대중에게 조정석을 각인시킨 캐릭터. ‘재수생이었던 납득이가 취업 준비생이 된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납득이와 비슷하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납득이는 저한테 뗄 레야 뗄 수 없는 캐릭터고 저한테 좋은 추억이다. 저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는 게 납득이인데, 납득이 같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다. 좋은 추억을 소환시켜주는 것 같다.”

모든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애정을 쏟고 열과 성을 다하겠지만 신인 감독이 뿜어내는 열정과 열의는 다를 터다. 조정석은 ‘엑시트’를 찍는 매 순간 이상근 감독에게 열의를 느꼈다. 오히려 장편영화 데뷔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고.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는 게 느껴졌다. 그만큼 통찰력이 있고 꿰뚫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유연하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으면 대사 한 마디라도 몇 번의 각색을 통해서 완고를 했지 않나. 그런데 현장에서 여러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들어보고 대사를 수정하는 유연함이 있다. 그래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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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감독이 쓴 ‘엑시트’의 시나리오는 애드리브를 주로 첨가하는 조정석조차도 이를 필요치 않게 느낄 만큼 탄탄했다. 아이디어를 내기는 했지만 거절당했고 에필로그를 찍자고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정석은 “그만큼 대본이 탄탄했고 지금 이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필로그를 찍어보자며 용남이가 고층빌딩에 취직한 것을 제안했다. 저도 궁금했다. 용남의 이후 상황이. 하지만 이상근 감독이 ‘우리 영화는 이런 게 맞다’며 거절했고 처음 느낌 그대로 갔다. 러브라인이 더 전개되지 않는 것도 옳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뻔한 결말이 없어서, 상상을 하게 만들어서 좋다.”

올 상반기 ‘뺑반’에선 악하고 위험한 인물이었던 재철을, 이어 SBS 드라마 ‘녹두꽃’에서는 자신의 과거를 향해 봉기한 동학군 별동대장 백이강으로 분했던 조정석은 매 작품마다 크게 변주 중이다. 그는 대중이 갑자기 달라진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걱정보다는 변주를 스스로 재밌어했고 추구한다.

“연기자고 배우니까 변주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이것저것 한다. 새로움을 추구하고 독특하고 배우로서 늘 또 다른 작품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어서다. ‘엑시트’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매력이 있지 않나. 저도 제가 안 해본 장르들을 다 해보고 싶다. 스릴러, 느와르 등 장르를 가리진 않는다. 그런 것을 만나야 하고 만나고 싶다.”

조정석은 이미 신원호 PD의 신작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차기작을 결정지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쉴 틈 없이 달리고 있는 것 같지만 나름의 틈틈이, 알차게 쉬고 있는 중이라고.

“‘조금 쉬어야지’하는데 좋은 작품 만나고, ‘왜 이렇게 재밌어’해서 또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틈틈이 알차게 쉬고 있다. ‘엑시트’ 개봉을 잘 하고 무대인사 마치면 잠깐의 틈이 생기니까 그때 쉬면된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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